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힘, 공감

 

사사건건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는 사람들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남과 부딪치기를 잘 하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왜 자기를 싫어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미스 김 있잖아. 결혼도 해서 '언제까지 다닐 거냐?'라고 물었더니 얼굴색이 달라지던데, 그 여자 대체 왜 그래? 남편과 요새 문제 있나?"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상태를 제대로 읽고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의 한 예이다. 부적절한 상황에서 기분을 언짢게 하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나, 자기 말에 취해 남들이 지겨워하는지도 모르는 사람,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거나 신체적 접촉을 하는 사람, 친하지도 않은데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질문을 하는 사람, 이 모두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 가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아무리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타고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결코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부모에게 용돈을 언제 요구할 것인지에서부터 친구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할 것인지, 상사에게 무슨 농담을 언제 할 것인지, 사랑을 어디서 고백할 것인지,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까지, 이 모두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히 헤아릴 수 있는 공감에서 출발한다. 공감(Empathy)이란 다른 사람이 느끼고 있는 감정, 신념, 태도를 정확하게 포착하며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아무 잘못이 없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간의 관계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며 어떤 행동도 상대방의 기분과 태도에 의해서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공감이란 다른 사람에게 농담을 하거나, 부탁을 할 때, 웃어야 할 때, 도움을 줄 때, 자신의 의견을 납득시킬 때, 야단을 쳐야 할 때가 언제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를 알려 준다. 아무리 좋은 의견을 갖고, 선의로 한 행동이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 효과가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딸이 유치원에서 친구에게 할퀸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상처가 제대로 아물기 전에 딱지가 뜯겨져 눈에 띌 정도로 흉터가 남게 되었다. 아주 흉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으나 그 아이가 불필요하게 신경 쓸까 봐 우리 부부는 아이 앞에서 흉터에 대한 이야기를 삼가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를 데리고 쇼핑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다. 위층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딸애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유, 너 어디서 이렇게 다쳤니? 엄마가 얼마나 걱정이 될까? 쯧쯧. 남자애라면 몰라도 여자애가 이렇게 됐으니... 나중에 성형수술 해야겠다." 그 아주머니는 정말로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진지했다. 그러나 딸애는 별 생각이 없다는 듯 말없이 듣고 있었다.

 그러나 고맙기는 커녕 마음 속으로는 화가 났다. 그러고 나서 나는 곧 그 일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운전을 하고 가는 도중에 뒷좌석에 앉아 있던 딸이 나에게 말했다. "아빠, 성형수술 하면 많이 아프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성형수술 할 거야. 아파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애." 룸미러로 들여다본 딸애의 얼굴 역시 진지했다. 그리고 침울해 보였다. 공감이란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뿐 아니라,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고려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한다.

 감정을 말의 내용뿐 아니라 표정이나, 시선, 제스처 또는 말의 억양과 빠르기 등과 같은 비언어적인 수단에 의해서 더 많이 전달된다. 따라서 겉으로 표현된 말의 이면에 감추어진 비언어적인 단서들에 민감하지 않고서는 결코 효과적인 공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로젠탈이라는 심리학자는 사람들이 감정적 단서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포착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검사도구를 개발했다. 분노, 사랑, 질투, 감사, 유혹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젊은 여자의 필름을 보여 주었는데, 눈만 보이도록 하거나 입과 코만 드러낸 얼굴 표정을 보여 주기 때문에 쉽사리 감정상태를 판단하기 어렵게 했다.

 전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얼굴 표정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동료들에게 인기가 좋고, 이성관계도 좋고, 새로운 사람과도 쉽게 사귀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른들만이 아니었다. 1000여 명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고 IQ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더 우수하였으며 교사에게서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었다.

 공감은 이타적인 행동을 촉진시키며,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억제하는 완충장치로 작용한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약자 괴롭히기(이지메), 성폭력, 자녀학대, 살인, 폭력 등의 모든 문제들이 사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고, 상대가 경험할 수 있는 고통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이야기를 해야 할 때와 안 해야 할 때,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모르는 것 모두 상대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지를 알아보기 전에 대인관계 유형을 검토해 보자.

 

 

 자기와 남을 대하는 방식

 

 

 교류분석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을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자신만을 인정하고 타인은 부정하는 방식, 자신은 부정하고 타인을 인정하는 방식, 자신과 타인을 모두 부정하는 방식,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다 함께 인정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각 유형의 특성을 검토해 보면서 자신은 어디에 속하는지를 살펴보자.

 

 대인관계 유형

 

· I am OK, You are not OK (자기긍정-타인부정 : 자아도취형) : 자신은 옳고 타인은 틀렸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사람이다.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는 외모나 능력이 뛰어나며 야심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하며 상대를 경멸하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비하시킨다. 경쟁에서 항상 이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잘 되는 것을 보지 못하며, 자기만 못한 사람들을 가차없이 비난한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냉소적인 경우가 많으며 갈등상황에서는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시킨다.

 

·I am not OK, You are not OK (자기부정-타인부정 : 염세포기형) : 자기도 별볼일 없지만 남들도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특성이다. 매사에 의욕이 없으며 비관적이다. 일이 생기면 뒤로 빠지면서 앞장 서 나서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자포자기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불신감으로 주변 사람과 자신을 파멸로 몰아간다. 이들은 자신을 빋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믿지 못하고 항상 고독하다.

 

·I am not OK, You are OK (자기부정-타인긍적 : 패배형) : 패배형의 사람들은 열등감이 많으며 실수에 대해서 과도하게 걱정한다. 남들에게도 가련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비판하는 것을 방지하고, 기대를 갖지 않게 하거나 측은지심을 발동하도록 유도한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기보다 더 나은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에 평가에 민감하며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자기주장을 포기하고 맹목적으로 순종할 수 있으며 진정한 행복감이나 자긍심을 경험하기가 어렵다.

 

·I am OK, You are OK (자기긍정-타인긍정 : 원만형) : 자기와 타인에게서 장점과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며 자신감이 있다. 타인의 평가나 비난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남들이 자기와 다른 주장을 하더라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한다. 자신이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유머감각이 있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너그럽고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누구나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할 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아서 청소부, 수위아저씨, 식당종업원들과도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다. 이들은 수많은 사람에게서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나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